치매 5

치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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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건강
치매 5

 

사랑의 내과·소아청소년과 의원 여경구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의 흐름을 바꾸었던 인천상륙작전이 일어나기 전에 그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행했던 작전에 대한 영화입니다. 저도 이제까지 상륙작전이 일어나기 전에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를 몰랐습니다. 이렇듯 어떤 일이 나타나기 전에 항상 그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간에….

질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질병이란 어떤 상황에 대한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치매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뇌에서 여러 가지 작용(아밀로이드 침착, 뇌혈관 문제, 음주,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 등)이 있었기에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젊은 시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70세 되신 남자분이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일평생 술을 마시고 아내를 괴롭혔던 분이 이제 파킨슨병에 걸렸습니다. 지금도 술만 마시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또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자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뛰어내려 죽는다고 창문 위로 올라간다고 하였습니다. 아내 되신 권사님은 이 남편이 평생의 기도제목이었고, 또 남편 때문에 화병에 걸려서 항상 불안하고 잠을 못 자고 여기 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습니다.

이날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셨습니다. 짧은 진료시간이었지만 주님은 그 남편분의 마음을 만져 주셨습니다. 먼저 기도해 드리고 그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려드렸더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회개하시고 아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예수님을 영접한다고 고백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남편을 위로해 주시고 구원을 해 주셨는데, 놀랍게도 아내 권사님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남편은 본인의 속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아내에게 표현하기를 원하였지만, 한 번도 그렇게 해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어쩔 줄을 몰라 하셨습니다. 용기를 내서 아내의 손을 잡고 “미안해! 사랑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내 분은 고개를 돌렸습니다.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제 이 남자 분은 파킨슨병에다 평생 드신 술로 인해 치매 증상까지 오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의 행하심은 놀라왔지만, 현실의 상황은 답답했습니다.

치매가 생겼다고 다들 슬퍼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씩 이지만 젊었을 때부터 화를 버럭버럭 잘 내던 분이 치매가 생기면서 얌전해져서 보호자들이 치매 생긴 것을 오히려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머리의 앞쪽 뇌가 손상되는 경우 (전두엽 치매)일 때가 많습니다.

또한 옳고 그름, 선과 악, 좋고 나쁨을 고집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분들은 마음속에 “내가 더 옳다. 내 생각이 항상 더 낫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쉬운데, 이런 분들은 치매에 걸리면 더 고집스럽게 되어 주위 사람들을 못살게 굽니다. 이렇듯 생각이나 성품적인 문제가 나중에 치매 증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삼성 서울병원 나덕열 교수는 『뇌미인』(위즈덤스타일)이란 책에서 다음 세 가지 방법을 추천하였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지킬 때에 사용할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어 긴 내용이지만 인용합니다.

첫째, 자기 마음 들여다보기: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또는 내가 오늘 치매에 걸린다면 어떤 미운 증상을 보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항상 부정적으로 말을 합니다. 모임에 가도, 사람을 만나도, 뉴스를 봐도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합니다. 이런 분이 치매에 걸리면 셀프 모니터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3m 정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둘째, 부정적인 생각의 뿌리 없애기: 예를 들어 화가 날 때 참는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나는 왜 화가 날까?”를 두고 내 마음을 돌아보아 화의 뿌리를 없애는 것이 낫습니다. 여러 명이 모여 대화를 하는 중 내가 어떤 말을 했는데, 그 때 한 사람이 피식 웃으면서 내 의견을 무시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 사람에게 분노를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이 때 왜 분노가 났는지 마음을 살펴
본 결과, 내 마음 깊은 곳에 “무시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얼마든지 무시당할 수 있고, 의견도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분노는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진료하다 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여자 분 보다는 남자 분들이 검사받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검사를 해서 혹시 안 좋은 병이 있다는 말을 들을까봐, 걱정을 하면서도 검사받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함으로써 두려움을 키우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흔히 부정적인 생각의 종류를 ‘화’나 ‘분노’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증오, 두려움, 완벽주의, 부담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셋째, 과거의 나쁜 기억 지우기: 우리는 과거 기억을 모두 사실로 믿습니다. 그러나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우리의 주관적인 해석일 뿐입니다. 우리가 상대방과 어떤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에도, 상대방이 다른 의견을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 안건에 대한 거절이지 본인에 대한 거절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감정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뇌의 저장방식에서도 알 수 있는데, 뇌는 사실(fact)은 해마에 저장하고, 감정(emotion)은 편도에 저장합니다. 같은 전쟁을 두고 승자가 쓴 역사와 패자가 쓴 역사가 완전히 다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남편은 로맨스라고 기억(해석)하고, 부인은 불륜이라고 기억(해석)합니다. 이처럼 세상은 알고 보면 오해와 왜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나쁘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오해이므로 이왕이면 아름다운 해석(아름다운 오해)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제 과거의 나쁜 기억, 오해, 억울함을 재해석해서 아름다운 기억으로 바꾸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너스가 있습니다. 혹시 치매에 걸리더라도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예쁜 치매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 가족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치매 환자 보호자들의 고생은 상상 이상입니다. 요즘은 인식변화가 있어 치매 증세가 심하거나 돌볼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막상 치매 환자를 곁에서 돌보는 보호자의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식구들은 주 보호자를 정신적, 물질적으로 지지해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내가 치매에 걸리지 않더라도, 치매 보호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제한된 뇌세포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른 가족들과 같이 계획을 세우고 서로 짐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운용하는 주간 보호센터 등 시설 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