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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자녀를 맡기신 이유

나에게 자녀를 맡기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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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LIFE &

부모교육
나에게 자녀를 맡기신 이유

 

5살 주안이의 엄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플루트 부수석 신주연


 
아이를 출산한 후의 여성의 인생은 지금까지의 그것과 180도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결혼해서 아내라는 이름이 조금 익숙해졌다 싶을 즈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는데, 그때부터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좌절과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막 아이를 출산한 엄마들은 수면부족, 수유문제 등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린 환경에 혼란을 겪게 된다.

우리 어머니 세대 때와 달리 요즘은 육아에 대한 정보가 넘치고 넘쳐난다. 이제는 전문가들 뿐 아니라 평범한 엄마들도 자신만의 육아 노하우를 담은 책들을 펴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서적들을 독파한 요즘 엄마들은 매우 스마트하다. 임신 기간에 육아서적에 밑줄까지 치면서 나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리라 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막상 태어난 아이는 책속의 그 아이랑 왜 이리 다른지…. 당황스런 마음에 육아서적을 더 주문하고 이 책 저 책을 뒤져보지만, 내 아이가 지금 왜 우는지, 왜 안 자는지, 왜 안 먹는지 알 길이 없다.

그 다음으로 엄마들이 가는 코스는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그곳에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몇 만 명의 엄마들이 본인들의 심경과 고민을 하소연하는 글과 도움이 될 만한 깨알 같은 정보를 공유한다. 실제로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의사나 전문가의 말보다 이런 커뮤니티에서 얻는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설문조사결과가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의학적 정보나 허위 과장 광고의 역기능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엄마들의 마음은 정말 절실하다.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상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백화점 수유실이나 소아과 놀이터 등에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대화하는 엄마들을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며 사회와 단절된 엄마들은 비슷한 또래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수많은 육아 정보와 아이를 잘 다루는 스킬에 대한 말은 넘쳐나는데, 정작 본질에 대한 얘기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일인지, 아이와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신뢰를 쌓는지 그 이야기가 빠져있다. 누군가 그때에 나에게도 본질적인 것을 얘기해 주었다면, 하나님의 자녀로서 육신의 자녀를 낳고 양육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육아의 환경은 힘들지만 어떤 마음의 태도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격려해 주었다면 첫 아이를 키웠던 시간들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4.43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아들 주안이는 소위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였다. 잠도 잘 안자고 겨우 재워서 침대에 눕히면 바로 깨버리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울었다. 목소리는 왜 이리 큰지 울면 안아주지 않을 수도 없는데, 안아주면 버릇된다 하는 얘기를 들어서 맘 편히 안아주지도, 그렇다고 울게 내버려두지도 못했다. 어떤 엄마가 ‘나는 완모(모유 외에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완전한 모유수유)에 성공했네!’ 자랑을 하길래 ‘그게 뭐 어려운가?’ 하며 뭣도 모르고 뛰어든 모유수유는 출산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제왕절개한 상처는 아물지 않아서 거동도 불편한데, 하루 밤에 몇 번씩 깨서 젖을 물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유명한 육아 서적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를 일정한 시간에 먹고 자게 훈련시켜야 엄마가 하루 일과를 예측하고 계획함으로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거야!” 무릎을 탁 치고는 그날로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아이가 울어도 시간이 안 되면 젖을 주지 않고, 울어도 잘 시간이면 절대 안아주지 않는 원칙을 열심히 지키려 노력했다. 주변에서는 이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데, 주안이의 경우는 처음 며칠 잘 되는 듯 하다가 나중에는 일과가 더 엉망이 되어 결국 일주일 버티다가 포기했다. 아이가 순하든지 엄마가 독하든지 해야 하는데 둘 다아닌 경우였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사건이 육아에서 좌절을 맛 본 첫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나. 아이는 막 이 땅에 처음 나와서 낯설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자신에게 젖을 공급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의지한다. 눈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밀감을 쌓아갈 때 온전한 애착관계가 맺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친밀감도 쌓이지 않은 엄마가 자꾸 자기를 독립시키려 하고 본인이 원하는 방식과 시간에 자고 먹어 주기를 원하며 조정하는데 아니 울 수 있겠는가. 불안한 마음에 엄마와 눈빛을 교환하고 품에 안겨서 안정감을 누리고 싶은데, 엄마는 저 먼 미국 땅의 어느 박사님이 썼다는 책만 들여다보며 나를 연구하고 누구네 집 아이와 비교하며 “넌 왜 안자니?”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힌 노릇인가. 아이를 키우는 방법만 생각했지 아이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부모로서 나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하나님 아버지는 완전하시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의 좋으신 아버지는 우리를 독립시키려 훈련하고 교육시키는 분이 아니시다. 인색하신 분이 아니시고 영적 육적인 젖을 공급하는 분이시다.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시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는 분이시다. 내 안에 계셔서 24시간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씀하는 분이시다. 우리가 아픈 것이 싫으셔서 아들까지 주신 분 아니신가. 할렐루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요일4:10

 

 

엄마와 잘 붙은 아이는 잘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일수록 자라서 엄마와 건강한 분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꾸 안아주면 손 탄다.’ ‘버릇된다.’ 이런 얘기들 때문에 안아주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육아의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들에게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많이 안아주고 눈을 맞춰주고 스킨십을 해주라고 얘기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 잘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요구에 엄마가 잘 응답해주는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는 엄마를 신뢰하게 된다. 아이의 울음소리도 잘 귀 기울이고 관찰하면 아이가 뭘 원하는지 뭘 불편해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 ‘울면 혼난다’라는 얘기를 듣고 자라온지라 은근히 “우는 것=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아기가 울면 빨리 달래고 안 울게 하는데 신경을 집중한다. 하지만 아기의 입장에서는 울음만큼 확실한 의사 표현이 없다. 적어도 울면 엄마가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지 않는가?

울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살펴주자. 아이마다 기질에 따라서 유난히 많이 우는 아이가 있고 잘 울지 않는 아이가 있다. 울지도 않고 잘 자는 순한 아이를 가진 엄마를 볼 때마다 부럽기도 했고 ‘아, 아버지! 왜 나에게 강적을 보내셨나요?’하며 원망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서야 의사표현 확실한 아들을 주신 덕에 좋은 애착이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마냥 순했다면 직장 다니느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혼자 놀게 내버려둔 시간이 많았을 것이고, 아이에 대해서 잘 파악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육신적으로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지만, 일을 해서 떨어져있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아이와 좋은 애착을 맺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아이마다 주신 개성도 다르고 키우는 부모 역시 다르기 때문에 육아의 방법은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목표는 하나, 부모와의 건강한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아이는 나를 세심하게 사랑으로 돌봐준 부모를 통해 세상을 보고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다. 관계 가운데 충분한 만족을 경험한 아이에게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고, 사랑과 신뢰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배우게 된다.

 

사랑안에는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요일4:18

 

 

우리가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빠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나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네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아이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담대함이생길 것이고, 하나님 자녀라는 정체성이 생길 것이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보고만 있어도 너무 예뻐서 ‘아이고 예쁜 내 새끼!’하며 볼을 꽉 깨물다가 아이가 아프다고 운적도 있다. 거꾸로 하나님 아버지가 나를 ‘아이고 예쁜 내 새끼!’하며 안아주신다고 생각하면 너무 좋지만 한편으론 ‘이래도 되나? 뭐 더 안 해드려도 되나?’하며 불안한 것이 상처 있는 인간인 것 같다. 내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100퍼센트 나만 의지 하듯이, 하나님 앞에 아기처럼 나가는 것, 온전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누리는 것,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한 것이 자녀를 잘 키우는 가장 큰 비법이 아닐까 한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 성령이 친히 우리의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나니 롬8:16

 

 

아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인생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임은 확실하다.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부모가 되면서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육아에서 좌절을 경험하면서, 하나님께서 한 생명을 하나님의 자녀로 키우는 이 중차대한 일을 왜 나 같은 부족한 인간에게 맡기셨는지 정말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 입장에서 손해임이 분명한데 왜 맡기셨을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자녀뿐 아니라 이 세상을 우리 손에 맡기셨다. 자녀를 키우면서 육신의 부모로서 부족함을 깨닫고, 자녀로서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회복함으로, 내 아버지 땅을 다시 찾아오는 것을 보시고 싶으신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일에 필요한 모든 것은 당연히 공급해주시지 않겠는가. 아이를 키우는 지혜와 성품, 재정까지도.

이미 자녀들을 훌륭하게 잘 길러내신 선배 부모님들께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아직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영유아를 키우는 모든 아빠와 엄마들에게는 무한한 사랑과 격려를 보낸다. 육아는 더 이상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 주신 가장 큰 사명을 감당하는 자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스러운 자녀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자. 할렐루야!